만호는 이제나저제나 만호의 소식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었다. 전화로 알려줄 수도 있지만 만호는
스스로가 받은 자격증을 아내 앞에 자랑스레 내밀고 싶어졌다.
그렇게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만호는 집 앞에 이르러 잠시 우뚝
멈춰 섰다. 문득 머리 위에서 어떤 따스한 기운 같은 것이 만호를
향해 내리쬐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따사로운 햇살이었다. 만호는
얼마 전, 지나와 함께 마주했던 그 햇살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었
다. 그리고 마치 어머니의 따사로운 품처럼 그 햇살은 그대로 만
호를 감싸주었다.
만호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록 푸르른
하늘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얀 햇빛이 만호의 머리 위에 펼쳐져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늘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만호는 자기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무이.'
만호는 고비를 넘을 때마다 어머니를 불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비 뒤에는 언제나 맑은 하늘처럼 따사로운 어머니의 미소를 보
는듯했다. 만호는 마음속에 담아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동안 만호가 어려운 일을 겼을 때마다, 힘든 고비를 넘을 때마
다 어머니는 무언의 힘으로 만호를 일으켜 세워줬던 것 같았다.
만호는 하늘을 향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어무이, 만호가 자격증을 땄습니더! 세상을 마음으로 보
니까 헤쳐 나갈 구멍이 보이는기라예. 어무이, 보고 싶습니더!'
뜨거운 눈물이 만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언제나
만호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어머니에게 부끄러
운 자식이 되고 싶지 않아 내처 달려온 인생인지도 몰랐다. 좌절
할 때마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만호는 무슨 오기인지,
불뚝불뚝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만호가 있기까지 어머니
는 늘 등불처럼 만호를 비춰주기도 했고, 하늘처럼 품어주기도 했
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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