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지나는 학교가 끝나면 문방구로 찾아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만호에게 전해주었다. 지나의 어머니
도 분방구로 찾아와 어둡고 힘이 없던 지나에게 힘을 주셔서 감사
하다며 인사를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만호네 문방구에는 점점 손님이 줄어들었다. 지나의 학
급 반장이자 지역 유지이기도 한 성일이 엄마가 만호네 문방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렸기 때문이었다.
만호가 양쪽 눈이 모두 안 보이는 장애인이라는 소문도 한 몫을
했다. 잘 보이지 않으니 애들에게 물건을 대충 판다는 둥, 나쁜 일
을 해서 두 눈이 멀게 되었다는 둥, 근거도 없고 확실하지도 않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일로 해서 만호는 문방구를 오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특히나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문방구이다 보니 소문이
미치는 영향을 새삼 깨닫게 된 사건이기도 했다.
그래서 만호는 아내와 함께 일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한 때에 우연히 지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만호는 대부분 앞
이 안 보이는 사람들이 지압사 자격증을 따서 지압을 한다는 사실
을 알게 되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의 경우 손의 촉감이 일반적
인 사람보다 뛰어나 두 눈을 가진 사람들보다 섬세하게 지압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만호가 지압에 대해 아내에게 물었을 때 아내는 처음부터
펄쩍 뛰며 반대를 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지 아는교? 온종일 손으로 다른 사람 몸을 여
기저기 지압하는 것이 받는 사람이야 편하겠지만 하는 사람은 골
병드는 일이라예. 그걸 와 할라꼬..."
"지압사야 말로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
아이가. 멀쩡한 사람보다 더 인정을 받는 직업이 지압사인기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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