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너무 모든 걸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잘 보이는 줄 알았는
걸요? 전 멋으로 안경 쓰고 있는 줄 알았어요! 정말 안 보여요?
나 처럼요?"
만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니처럼."
"아저씨도 되게 힘들었겠다. 지금은 아예 안 보여요? 양쪽 다?"
만호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나가 만호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
다. 아까와는 달리 이제는 지나가 만호를 위로하는 듯 느껴졌다.
"지나야. 아저씨도 옛날에는 지나처럼 한쪽 눈만 안 보였어. 그
러다가 지금은 양쪽 눈을 다 잃게 된 거야."
"그러면 저도 아저씨처럼 되나요? 언젠가는 양쪽 눈이 모두 안
보이게 되는 건가요?"
지나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만호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만약 지나가 바른 태도로 생활하고 마음을 아름답게 쓰면
한쪽 눈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끼다. 병원에도 자주 가가 검사
도 받고, 아저씨는 너무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서 병원에 잘 가지
못했다 아이가. 그리고 한쪽 눈으로 보면 되지 뭐, 카고 생각해서
술도 많이 먹고, 담배도 많이 피고 했제. 그러다 보이까네 어느 날
부터인가는 나머지 눈도 안 보이게 되었는 기라.
"아저씨도 참. 한쪽 눈이 안 보일 때 조심했어야죠!"
"맞다. 그걸 아저씬 미련하게 너무 늦게 알았다 아이가!"
지나가 정말 속이 상한 듯 만호의 팔을 통통 때렸다. 그날 해가
서서히 질 무렵까지 만호와 지나는 오래오래 이야기꽃을 피웠다.
만호는 자신의 지나온 날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비록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절대로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며 용기를 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느새 두 사람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깔깔 웃기도 하고, 박수도 치면서 이야기
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래서 아내가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지나를 보내야 한다고 말
해 줄때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그날 만호와
아내는 지나의 손을 잡고 지나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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