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말에 입을 삐죽였지만 저는 그런 아내가 좋았습니다. 가
만히 듣고 생각해 보니, 내가 그런 삶을 살았나 하는 고민에 빠지
기도 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한발 한발 앞을 향해 내딛는 것,
저 역시 그런 삶을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과연 내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내 이야기가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그 모든 고민과 긴장을 뒤로하고,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포항에서 강연회가 열리는 무대 뒤편에서 저는 손에 땀을 흘리며
서 있었습니다. 무대 앞쪽에 사람들이 얼마나 왔는지는 볼 수
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강당이 꽉 차고
도 넘친다고 합니다. 원래는 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행사
였는데, 일반인에게도 행사가 공개되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강
당에 모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들 중 일부는 나의 강연도 듣고, 어찌됐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할 생각을 하니, 긴장감에 온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가까스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깜깜한 어둠속
만 같았던 지난 시간들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도, 기쁘고 환희에 찼던 시간들도, 가족
에게 닥쳤던 위기를 넘겼던 순간들도 하나 둘씩 머릿속에 떠올랐
습니다. 사람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며 울었던 날들의 기억도 떠올
랐고, 그때마다 만호의 손을 꼭 잡아주던 아내와 함께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내달리게 만들었던 가족들의 손길도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지나온 나날들을 생각하며 웃을 수 있게 되었을 정도로 어
느새 시간은 흘러서 모든 상처를 덮어주었습니다.
그 무렵 뜨거운 박수소리가 귓가에 울려왔습니다. 그리고 조만
호란 이름 석 자가 사회자에 의해 호명되었습니다. 저는 천천히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단상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순간 객석이 갑
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마른 침을 삼키며 객석
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위기를 기회로 돌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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