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강연 때문에 그리 잠을 몬 이루겠는교?"
아무리 들키려 하지 않아도 아내 앞에서는 그 무엇도 소용없었
습니다. 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차피 앞도 안 비는데, 그냥 아무도 없다 생각하고 아이소."
"뭐라?"
괜히 약이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잠도 이루지 못한 채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 강연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조바심을
치는 제 모습이 우스웠는지, 객쩍은 소리를 하며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저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
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초조하고, 힘이 없고, 세상 살맛이 없다고 느낄 때
마다 아내의 부드러운 손길로 인해 다시 힘을 냈었던 사실이 떠올
랐습니다. 안정을 되찾은 내게로 아내의 나지막한 음성이 실려 옵
니다.
"살아온 내내 좋은 말만 해 달라는 기 아이라, 당신이 살아온 나
날들을 생각하믄서, 조매 더 행복하게 사는 게 뭔지 이야기해 주
면 안 되겠는교? 지는 예, 당신이 내내 어려움만 헤치고 살았다
카모 그닥 좋아하지 않았을 기라예."
"그라모?"
"당신은 어려움을 헤쳐 나오면서 더 단단해졌다 아임니꺼! 한 고
비 한 고비 넘을 때마다 사람들 대하는 태도도 좋아지고, 세상도
조매 더 따스하게 보게 되고.... 내는 그게 더 좋은 기라예. 얼라들
한테 착하게 살아라, 안 보여도, 아파도, 사람들이 뭐라 해도 꾹꾹
참고 살아라, 이리 말하는 기 아이라, 당당하게 살으라꼬, 당신처
럼 어려움이 있으모, 훌쩍 뛰어넘고, 내가 행복한 일이 무엇인가
찾아가모 살아라, 그런 말을 해주모 안 되겠는교? 당신이 그리 살
아온 것처럼 말입니더!"
"참말로 그러네. 강연은 당신이 해야 겠고마. 우예 그리 잘 하
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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