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만호가 마음을 먹은 것보다 더 빨리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며 이른 시일 안에 수술을 받겠다고 말했다. 병실에 돌아와
이런저런 것을 챙기는 아내에게 만호가 한마디 했다.
"그리 급하게 하지 말고 쪼매 더 경과를 두고 보믄서 해도....."
만호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아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린교! 매번 쪼매만, 쪼매만 하다가 오늘 같은 결과
가 나타난 거 아임니꺼! 당신은 의사선생님이 정해 주는 날짜에
수술을 받기만 하믄 됩니더. 와 맨날 당신 생각만 합니꺼! 당신이
아프몬, 내가 더 힘든다는 걸 와 모르는교?"
만호는 깜짝 놀랐다. 지금껏 아내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호는 놀라 그저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만호는 그런 아내의 눈물
이 무엇인지 알고도 남았다. 만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그
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한마디 툭 내뱉었다.
"미안타. 내가....."
그런 만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아내는 어느새 빨래거리를
잔뜩 들고 병실 문을 나섰다. 아내가 막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 여
동생과 형수가 찾아왔다. 두 사람은 부랴부랴 나가는 만호의 아내
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가는 아내를 멀거니 바라보는 만호의 표
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형수가 아내의 뒤를 따라나섰다.
여동생은 병상으로 다가오더니 만호를 쳐다보았다. 만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의사가 수술하라 캐서 쪼매 더 보자 캤더만 저런다. 휴......"
만호는 둘러대듯 여동생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여동생
도 입을 삐죽이며 만호를 타박했다.
"쩌번에도 언니가 병원에 가자 캤다드만, 와 안 가고 일을 이리
크게 맹그노. 의사가 수술을 하라카모 그냥 한다 카몬 되는 기제.
와 안 한다 캐가 언니 맘을 상하게 하는데? 오빠야는 쪼매 더 혼나
야 한다. 눈이 그기 뭐꼬?"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