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배의 문제로 큰 충격을 받은 만호는 며칠 동안 카페에 나가지
못했다. 앓아 누워 헛소리를 하는 만호를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간호를 해주었다. 아내는 만호가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보다 마음
에 큰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해 더 걱정을 하였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어려움을 극북하기 위해 노력하던
만호가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한 태도를 보이자, 그
게 더 큰일이라 생각하며 만호를 다독였다.
만호가 그렇게 집에서 앓고 있는 중에도 카페 문제로 몇몇 사람
들이 집으로 찾아오곤 하였다. 종배가 저지른 일을 어떻게 해결해
야 할지 논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만호는 억지로라도 일어나 그덜
을 만나려고 하였지만 아내가 단호하게 말리고 나섰다.
"아픈 사람 데리고 뭔 얘기를 하라 캅니꺼! 내랑 이야기 하소!"
큰소리 한 번 낸 적이 없는 아내가 벌떡 일어나 사람들을 이끌고
나섰다. 만호에게는 신경도 쓰지 말라고 다짐을 받았다. 그렇게
아내는 사람들과 함께 밖에 나갔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돌아오
곤 하였다. 돌아온 아내에게 만호가 어찌 되었느냐고 물어도 아내
는 일언반구 대꾸도 없었다.
"알아서 뭐할라 캅니꺼! 그냥 몸이나 신경 쓰이소."
사실 만호가 자초지종을 알게 된다 한들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아니,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사람들을 상대하며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고,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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