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모 거래처 대금을 안 준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말이가!"
만호를 사이에 두고 돈을 받으러 온 사람들끼리 아웅다웅 편을
갈라 말싸움을 했다. 만호는 이 모든 일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목소리가 재대로 들려오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며 한 무리가 빠져나갔다. 만호는 털썩 자리에
주저않았다. 그 옆에서 오랫동안 만호를 알고 지냈던 거래처 사장
이 만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돈이 문제가 아이고, 자네 마음 챙기는 게 더 큰 문제인 갑따.
힘내그라 조사장!"
만호는 다리가 후들러리며 떨려오는 듯했다. 그랬다. 돈이 문제
가 아니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했다는 것이 더욱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만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다시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면, 이 상처가 아물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걸까. 만호는 갑자기 세상을 사는
것이 부질없고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우짜노. 뭐부터 하노 말이다.'
그래도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고,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인데
만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을 하며 일어섰다. 종배의 나뿐 짓
으로 카페의 모든 것이 뒤엎어지고 사라졌다고 해도, 오늘 장사는
해야 할 것만 겉았다.
그렇게 이어서려던 만호가 문득 휘청거렸다. 세상이 뱅글뱅글
만호의 주위로 미친 듯 돌아가는 것 같았다. 만호는 그렇게 뱅뱅
도는 세상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어둠이 만호의 눈앞에 펼
쳐졌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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