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배인도 그랬다. 나름대로 잘해 준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처럼 말없이 가게를 떠날 정
도로 우리 사이가 아무것도 아니었나 싶어지자, 또다시 서운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그런 만호의 마음을 느꼈는지 종배가 옆에서
만호의 손을 꼭 잡으며 호기롭게 말했다.
"사장님예, 다른 사람은 몰라도예, 지는 언제까지고 사장님하고
함께 할 낌니더! 그러니까네, 너무 서운케 생각하지 마이소!"
만호은 종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랫동안
만호의 옆에는 늘 종배가 있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듯했다.
만호는 종배를 향해 씽긋 웃어 주었다.
"종배 니, 이제부터 니가 지배인해라. 그만큼 배웠으모, 지배인
하고도 남는다 하모."
종배는 지배인이 되고 나서 곱절이나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았다.
종배 밑으로 종업원이 셋이나 되었지만 워낙에 바쁘다 보니 그도
모자란 것처럼 보였다. 용이가 데려온 통기타 가수 덕분에 저녁
무렵에는 손님이 미어터질 지경이었고, 어떤 날은 미리 예약을 하
지 않으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워낙에 싹싹한 종배 때문
이기도 했겠지만.... 단골도 많이 생겨 매출도 늘어, 요즘처럼만
장사가 된다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바쁜 한편, 만호는 가끔 불안해지기도 했다. 자주는 아니
었지만 가금씩 깜깜한 어둠속을 걷는 것처럼 만호의 눈이 예고도
없이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손님들을 상대로 술을 많이
마신 날이나, 가게에 문제가 생겨 머리가 아픈 때에는 어김없이
눈앞이 뿌옇게 변하며 하얀 실 같은 것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것이 눈이 점점 더 나빠지는 신호라는 것을
바쁜 만호는 미쳐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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