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배가 만호의 눈치를 살피며 심드렁하게 물었다.
"벌써 삼일 째 출근을 못한다 카는데, 지배인한테 한 번쯤 가봐
야 되지 않겠나."
걱정스런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만호를 종배가 한숨을 쉬며 처
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빗자루를 테이블 옆에 놓고 만호 앞에
앉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저도 들은 말이고예, 아직 지배인 행님한테 직접 들은 것이 없
어가 잠자코 있었는데예, 지배인 행님, 다른 곳에 취직했다 카는
것 같습니더. 저번에 일하다 그만둔 아를 우연히 시장에서 만났는
데 그라데예. 서울에 있는 무슨 카페에 취직이 되어서 그쪽으로
이사간다 캤다꼬."
만호는 이건 또 무슨소리인가 싶어 종배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도 없이 내일 나온다, 내일 나온다 했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곳에
취직이 되었다니 만호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만두모, 그만둔다꼬 말하모 되제, 와 속이고 안 나오는데?"
"내가 머라 할까봐 그러는 기가?"
그런 만호를 종배가 답답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머라 카는 것이 겁나는 게 아이라, 그쪽도 가서 면접도 봐야 하
고, 어찌 될지도 모르는데 덥썩 그만두모 어찌 할라꼬예. 일단 여
기는 그냥 다닌다 카고, 면접보고 와서 그 담에 말할라 카는 거지
예. 사장님은 그것도 모르는교?"
나름대로 잘해 준다고 했는데, 지배인이 그런 마음으로 만호를
대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서운해졌다. 종업원들 때문에 속이 상
했던 것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매번 상처를 받는 것 같은 자신
이 싫기만 했다. 그럴 때마다 정을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같이
고생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
고 나면 또 떠날 때마다 마음이 아프곤 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