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 역시 카페 초창기에는 자신을 놔주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몇 번이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되도록 손님들이 주는 술잔을 다 마시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런
노력도 한두 번이고, 손님들이 많아지고부터는 부쩍 술을 마시는
경우가 늘 수밖에 없었다.
아마 만호가 며칠 가게를 비운 사이 지배인이 대신해서 하다 보
니 몸에 무리가 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막 장사를 시작할 무렵 지
배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도저히 몸이 아파서 출근하기 어
렵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만호는 종배를 바라보았다. 종배가
입을 삐죽이며 지배인에 대한 불만이 튀어나왔다.
"어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드마, 내 이럴 줄 알았다. 지배인님
은 다 좋은데, 술 마실 때 중간에 끊는 걸 못해예. 주면 주는대로
쭉쭉 받아 마시이, 몸이 견뎌나겠습니꺼 어디. 오늘 사장님이 안
나왔으몬, 내가 우찌될 뻔 했는교? 아무 것도 모르는 아 둘을 데
리고 장사를 우째 하라꼬!"
만호는 종배의 푸념을 듣고는 슬며시 웃었다. 불평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종배가 화를 내는 걸 보니 지배인이 어지간히 손님들과
어울렸는가보다 하고 혼자서 생각했다.
"얼마나 피곤하모 그러겠노. 니가 이해해라."
그날 저녁 늦게까지 만호는 손님들 상대하랴, 테이블 정리하랴,
카운터 보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살아 있다는 느
낌이 들 정도로 오늘은 새롭고 또 새로운 날이었다. 삼일동안 집
에서 걱정을 한 다발이나 가슴에 안고 있다가 이렇게 생기 넘치고
활기차게 보내는 하루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만호는 손님들이 다 빠지고 난 테이블 정리를 마치고 허리를 펴
며 활작 웃었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제
서야 피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배인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만호는 혹시 자신처럼 지배인이 크게 아픈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
어 카페 바닥을 쓸고 있던 종배에게 지배인의 집을 물어보았다.
"와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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