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호는 가게를 둘러보았다. 겨우 삼일만인데도 참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이 카페, 다 망할 것
같은 어려움을 이기고 이제 막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하던 때아니
만큼 지금 정신을 바작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만호의
가슴을 짓눌렀다. 만호는 청소를 하고 있는 종배에게 다가가 슬쩍
어깨를 쳤다. 종배가 깜짝 놀라며 만호를 바라보았다.
"언제 나오셨는교?"
"가게는 쫌 괘안나?"
만호를 본 종배가 그제야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모예. 사장님이 안 계시다꼬 방심하고 그럴 저희들이 아니라
예. 어제는 두 팀이나 손님이 찾아왔다가 되돌아갔다 아임니꺼!
이 동네에 소문이 쫙하니 났으예."
만호가 씨익 하고 웃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이제 막
다시 자리를 잡으려 하는 카페를 두고 만호는 자신이 눈 문제 때
문에 주춤거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각오가 다시 한 번 속구쳤다.
만호는 카페를 쓸고 있는 종배를 도우려고 테이블을 닦기 위해
걸레를 들었다. 종배가 나서서 말렸지만 어쩐지 오늘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힘이 솟았다.
"지배인은 아직이가?"
만호와 종배가 한참을 청소하고 있음에도 지배인이 나타나지 않
자 만호가 허리를 펴며 종배에게 물었다. 종배는 조금 걱정스런
얼굴로 문가 쪽을 바라보며 만호에게 말했다.
"사장님께서 안 계시니까네 밤새 내내 술 상대를 안 했습니꺼!
용이 아저씨도 다시 외국으로 간다고 들렸는데, 사장님이 안 계셔
가 지배인 행님이 대신 접대를 하느라 요즘 무리했습니더! 그리고
어찌나 손님이 마이 오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임니꺼!"
만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해할 만도 했다. 중국집을 할 때에
는 정해진 시간에만 열심히 일하고 나면 오후에는 잠시 쉴 수가
있었는데, 술장사이다 보니 계속해서 손님들을 상대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더군다나 자주 찾아오는 단골 손님같은 경우에는 가까
운 사이가 되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영업시간이 끝났음에
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어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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