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향하는 만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정말 앞이 안
보이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부터 자신을 대신하여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아내의 고생스런 얼굴과 똘망똘망 큰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 두 녀석의 얼굴들이 차례로 떠올라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병원에 가서 자신의
눈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싫었다.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한 만호는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된다.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내가 눈이 안 보이몬, 우리 가
족은 우짜노. 뵐 끼다. 큰 문제는 아닐 끼다.'
마음이 초조해지니 자꾸만 주먹이 쥐어졌다. 만호는 간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니 소리도 듣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간호사가 만호에게 다가왔다.
"조만호씨 되시죠? 들어오세요."
의사선생님은 만호의 양쪽 눈을 세심하게 살피는 듯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차트에 썼다. 만호는 그런 모습 하나하나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의혹에 가득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검사한 후에 의사 선생님은 만호에게 입을 열었다.
"한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습니까?"
만호가 큰 눈을 껌벅거리며 대답했다.
"어릴 때부터 한쪽 눈이 서서히 나빠지더이, 어느 날인가 완전히
안 보이게 되었지예."
"눈 검사를 제대로 받아 본 적은 있으십니까?"
의사가 안타까운 얼굴로 만호를 바라보았다.
"예? 그게 무슨...."
"의사가 정기적으로 눈을 검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눈이
특히 나쁘니까!"
"아, 예.... 뭐 병원에 자주 오라는 말은 했지만.... 사는 게
바빠가....."
만호는 의사의 얼굴을 불안스레 쳐다보았다. 의사 역시 만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와예? 많이 안 좋습니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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