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비도 부족하여 못 갈 형편이었다. 결혼식 날 아침에 이발소를 나올 때만 하더라도 난 거의 빈손이었다. 그런데 축의금으로 식장 비를 내고 나니 다행히도 약간의 돈이 남았다. 그 돈으로 겨우 신혼여행을 갈 수 있었다. 하객손님 접대는 내가 어릴 적에 성당 앞에서 살 때 동네 누나가 있었는데 결혼하여 성당 근처에서 중국집 해성관을 하고 있었다. 마침 쉬는 날이고 해서 하객 접대는 그 누나가 맡아주었다.
결혼식과 폐백을 모두 마치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한 뒤 터미널로 가서 고속버스를 탔다. 용이 친구는 신혼여행만큼은 제주도로 가야 한다고 했지만 마침 새해 첫날이라 제주도 비행기표가 이미 매진되었기 때문에 대신 경주로 가기로 한 것이었다. 용이가 필요한 준비를 모두 해주었다. 경주에서 하루 자고 그 다음날 처가에서 또 하루를 잔 뒤 부산으로 돌아왔다.
결혼식을 새해 첫날 한 것은 거래처에 물건을 넣어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쉬는 날을 줄여야 단골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이 또 한 사람 늘었으니 더 열심히 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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