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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왼쪽 눈의 시력을 잃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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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4:25 조회1,7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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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의 소개로 청도보건소 앞에 있는 보건반점으로 일을 하러 갔다. 시골의 작은 중국집이라 나 혼자서 일을 다 해야 했다. 평일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으나 시장 입구라 장날이면 대목이었다. 그래서 장날에는 주인이 사람을 한 명 구해주어 둘이서 일을 했다. 그 집에서도 오랫동안 한 가족같이 생활했다. 일찍 일을 마치는 날이면 누나 집에 놀러갔고 쉬는 날에는 부산 집에 한 번씩 다녀왔다. 가끔은 아버지가 청도로 오셔서 생활비를 가져가곤 하였다. 보리타작 철이면 중국집 일보다 농촌 일을 더 많이 거들어주기도 했다. 보리타작을 한 날은 몸이 껄끄러워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땅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봄이 왔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왼쪽 눈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가물가물했다. 증세가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불편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치료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장사할 준비를 해놓고 아침 일찍 대구 가는 출근열차에 몸을 실었다. 치료가 잘 될 것인지 걱정과 근심으로 마음이 초조했다. 대구에 도착해서 안과를 찾아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선생님은 출근 전이었다. 간호사들은 청소를 한다고 바삐 움직였다. 선생님이 오셔서 진찰을 했는데 염증인 것 같다고 했다. 폐가 안 좋아도 이런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하여 사진도 찍어봤으나 이상이 없었다. 약을 타가지고 급히 청도로 돌아가야 했다. 열차 시간을 놓치면 점심 장사를 못하게 되는데 나는 최소한 일하는 곳에 피해를 주면서 병원에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병원 갔다 오면 새벽에 준비해놓은 것으로 하루일과를 하는데 소홀함이 없게 해놓았다. 새벽에 대구에 갔다가 치료받고 청도로 와서 일하는 날들이 계속되었으나 눈에 안개가 낀 것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청도 생활을 끝내고 부산 집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이때부터 왼쪽 눈의 시력을 천천히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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