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졸병은 일이 많았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주방 형님들이 일할 수 있도록 야채, 해물, 밥 짓는 일부터 시작하느라 엄청 바빴다. 원래 중국집은 다른 음식점보다 준비할 것들이 훨씬 많다. 하루는 여느 때처럼 이른 아침에 밥을 하려고 지하실에 가서 쌀을 가져오려는데 주방장이 나를 불렀다. 지하에 있는 고량주를 훔쳐오라고 한 것이다. 고참이 주인보다 더 무서울 때였으므로 나는 시키는 대로 술 두 병을 쌀 속에 숨겨 주방으로 가져왔다. 주방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다들 좋아하며 훔쳐온 술로 아침 해장을 했다. 그리고 직원들 모두 아침밥을 먹기 위해 주방에서 나올 때였다.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얼굴이 빨갛게 되어 나온 주방장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어설픈 우리말로 물었다.
“야! 이놈아, 어디 아파?” 하고 물었다.
주방장은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안 아파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열이 나서 그래요.”
우리들은 들키지 않게 뒤에서 킥킥거리며 웃었다.
주인은 아무래도 이상한지 중국말로 뭐라고 한참동안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한 일을 알아내진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