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아침이었다. 잠에서 일어나 보니 평소보다 눈이 침침했다. 사물들이 검게 보이면서 눈동자에 낀 오렌지 알맹이 같은 것이 자꾸 신경에 걸렸다. 그날은 병원에 가지 못하고 가게에 나갔다. 마침 단골손님이 오셔서 접대하다 보니 술도 몇 잔 마시게 되었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자 눈은 더 불편해졌다.
다음날 종합병원에 가서 진찰하였지만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다른 종합병원에 갔는데 진단 결과 망막박리라고 했다.
망막이란 안구 뒤쪽에 있는 시신경인데 물체를 반사시켜 사물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카메라로 치면 필름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망막박리란 필름에 구멍이 난 셈이라고 했다. 수술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하는 수 없이 레스토랑을 임시휴업하고 입원을 했다. 종합병원이라 대기자가 많이 있었는데 다행히 용이 친구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덕분에 바로 입원할 수가 있었다. 이것저것 검사 후 수술 날이 정해졌다.
아침에 수술실로 가는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긴장도 되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물론 잘 되리라 생각했지만 만일 결과가 좋지 않아 한쪽 남은 눈마저 보이지 않게 되면 어떡하나, 잘못된다면 아버지와 가족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수술을 마치고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것은 저녁 늦게였다. 왼쪽 눈은 원래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 눈은 수술 후 붕대로 가렸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가족들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수술이 잘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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