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들만 둘이 있는데 어려서부터 연애결혼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중매란 환경과 조건이 사람보다 우선되기 때문이다. 어느덧 장성한 큰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하루는 내가 살짝 물어보았다.
“진도는 얼마나 나갔나?”
그러자 아들이 대답했다.
“손만 잡았다.”
“손만 잡아선 안 된다. 진도 좀 빼라.”
“아빠는 내보고 우짜라고^^”
“우짜기는? 맘에 드는 여자 있으면 진도를 빼는 기다.”
그런 농담을 아들과 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나의 시력 장애와 넉넉하지 못한 경제적 사정이 내가 젊은 시절 결혼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혹시라도 아들의 결혼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얼마 전 여름휴가 때 아들이 여자 친구와 둘이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갔다면서 저녁 때 전화를 했다. 내가 또 물어보았다.
“진도 얼마나 나갔나?”
그런데 통화 상태가 워낙 좋다보니 내가 한 말소리를 한 살 나이가 많은 아들의 여자 친구가 들은 모양이었다. 아들이 당황해서 대답했다.
“아빠, 누나가 옆에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그만 해라.”
그래도 나는 언제나 충고한다. 눈에 불이 튀면 알아서 해결하라고 말이다. 물론 무책임하게 불장난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사랑은 책임이 중요하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책임질 자신이 있을 때는 절대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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