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이던 나는 아홉 식구들을 돌봐야 했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사는 내 모습이 믿음직했던지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중매를 섰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었고 아가씨들은 마음에 들어 했으나 부모들이 반대한 때도 있었다. 홀아버지와 형수, 많은 조카들과 동생들이 있으니 결혼 후 고생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 나에게 딸을 선뜻 내줄 부모는 없었다.
하루는 수금을 하러 갔더니 주인이 내게 선을 한 번 보겠느냐고 물었다. 워낙 선도 많이 봐서 밑져봐야 본전이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나머지 수금을 빨리 마치고 손을 씻는데 노란 단무지의 물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숫돌에다 문질러 지워 보려 했지만 역시 잘 지워지지 않았다. 딱 한 벌 있는 감색 양복 차려입고 많은 기대를 안고 김해로 선을 보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