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정시장 중국집을 그만 두니 여전히 시간은 많았고 생활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겨울에는 자갈치시장 도매상에서 해산물을 떼어다가 팔았다. 해산물은 여름에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겨울만 한시적으로 팔았다. 새벽시장에서 사온 해산물을 적당히 손질한 후 봉지에 담아서 단무지 배달할 때 함께 팔았다. 장사가 잘되는 큰 식당은 다량으로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내게서 해산물을 사지 않았으나 조그마한 중국집은 따로 장 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사주었다. 여름에는 중국집에서 냉면을 팔기도 했는데 그때는 청과시장에서 배를 사다가 팔았다.
아침에 배달을 하다보면 장사를 못하는 집이 있곤 하였다. 착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주방장이 미리 연락도 하지 않고 결근을 하거나 갑자기 그만두기도 했는데 주방 경험이 없는 주인들에겐 난감한 일이었다. 오후엔 수금도 해야 했지만 그런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배달을 다 하고 나서 주방 일을 도와주었다. 주인이 직접 주방 일을 할 줄 아는 곳은 점심시간만 도와주면 되니 크게 힘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수고비라도 준 사람들은 적었다. 대부분의 주인들은 그냥 고맙다는 말뿐이었지만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나도 장가갈 나이가 되었다. 가진 것도 없고 한쪽 눈은 이미 실명을 했기 때문에 내가 결혼을 해도 될까 망설여지기도 했다. 내 가정을 갖게 되면 예전처럼 아버지와 조카들을 똑같은 마음으로 돌볼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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