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정시장에 있는 조그마한 점포를 얻어 단무지를 배달하고 남은 시간에 자장면 장사를 하였다. 여동생은 시장 안에 배달하면서 관리를 하였다. 시장 안 점포이다 보니 따로 주방이 나뉘어져 있지 않아 내가 면 뽑는 모습을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면을 뽑고 있는데 맞은 편 국밥집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돌려 보니 초등학교 친구였다.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 생각하니 우울했다. 누구는 부모 재산으로 쉽게 살아가고 누구는 어려운 환경에서 아등바등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고 살아야 했다. 어떻게 보면 창피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남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나는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날 만난 이후 친구는 내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쩌다보니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데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마음으로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옛날 생각에 향수에 젖어서 흐느끼고 있다. 모두를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이 친구에 대한 것은 나중에 기회 있을 때 좀 더 이야기하겠다.
내가 식당을 시작한 것을 알고 청도에 사는 누나가 놀러 와서 많이 격려를 해주었다. 가끔 내가 누나를 보러 청도에 가곤 하였는데 사는 게 바빠 한참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했는데 괴정시장에서 장사한다는 것을 알고 궁금하여 한 번 다니러 온 것이었다. 누나를 한 번 본 후로는 용기가 생기고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다. 그러나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니 현상유지가 될 정도는 되었으나 별 소득은 되지 못했다. 결국 자장면 집은 그만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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