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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손님, 파리가 아니고 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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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4:27 조회1,6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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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정에서 라면장으로 있을 때였다. 어떤 손님이 울면을 시켰다. 울면은 전분을 섞어 탕수육 소스처럼 국물이 걸쭉한 음식인데 어쩌다가 보니 그만 파리가 빠져 죽어 있었다. 화가 난 손님은 의기양양해가지고 종업원을 불렀다. 종업원이 보니 울면 속에 정말 파리가 떠 있었다. 그러나 종업원은 당황하지도 않고 젓가락으로 파리를 집어 자기 입으로 넣은 다음 말했다.

 

 “손님, 이건 파리가 아니고 고기입니다.”

 말하고는 목구멍으로 파리를 꿀떡 삼켜버렸다. 손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큰 소리로 야단을 치며 한바탕 뒤집어 놓고 싶었는데 종업원이 물증을 삼켜버리고 나니 할 말이 없어진 것이었다. 우길 수도;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주방장은 음식을 새로 만들어주었고 손님은 새로 내온 음식을 조용히 먹고 갔다. 손님이 가고 난 뒤 우리는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손님에게는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일이지만 주방장과 라면장까지 엄청 욕을 얻어먹어야 했을 일을 한 종업원의 재치로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한 종업원은 배달을 나가보니 철가방 속에 음식이 없었다. 다른 종업원들끼리 히히덕거리며 놀다가 배달 음식은 빠뜨리고 빈 철가방만 들고 간 것이었다. 음식을 내놓으려고 철가방을 열었는데 접시가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배고팠을 손님이 화를 낸 건 당연했고 항의 전화를 받은 주인 역시 노발대발했다. 사과를 하고 음식은 다시 만들어져 배달되었지만 이미 만들어놓았던 퍼진 음식은 저녁밥으로 그 배달원이 다 먹어야 했다.

 

  저녁에 한 여자가 들어와 자장면을 시켰다. 주방에서 보니 아가씨 같았다. 그 순간 나의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일부러 면발을 질기게 뽑은 뒤에 면을 몇 가닥씩 잡아 묶은 뒤 자장을 뿌렸다. 입에 들어가 부드럽게 끊어져야 할 면발은 당연히 잘 끊어지지 않았다. 주방에서 살짝 보니 여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힘들게 자장면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낄낄거리며 몰래 구경했다.

 

  한번은 튀김 주문이 들어왔다. 주방장이 튀김을 해놓은 것을 내가 접시에 담았다. 그런데 너무 많이 담아서 조금 덜어냈다. 홀 보이가 그걸 보더니 주방에 들어와서 튀김을 더 들어내라고 눈짓을 했다. 나는 튀김을 조금 더 들어냈고 그 접시를 가지고 배달원이 배달을 나갔다. 얼마 후에 주방에서 홀 보이와 남은 튀김요리를 먹고 있는데 배달 갔던 집에서 요리가 적다고 항의 전화가 왔다. 다음에 시킬 때 많이 주겠다면서 주인이 전화통을 붙들고 쩔쩔매며 일을 수습했다. 멀쩡히 일한 주방장이 이 사실을 알고 화를 냈다. 홀 보이는 매를 맞았고 홀 보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무슨 라면장이냐며 나는 욕만 왕창 얻어먹었다.

 

  한 번은 군만두 두 접시를 주문받아 종업원을 시켜 배달을 보냈다. 그런데 주문한 집에서 전화가 와서 군만두 한 접시에 만두가 아홉 개뿐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원래 한 접시에 군만두 열 개가 들어가는데 배달하는 녀석이 도중에 군만두를 한 접시에서 하나씩; 두 개를 집어먹은 모양이었다. 주인은 빼먹은 군만두 두 개를 다시 보냈고 이 녀석은 오자마자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났다. 중국집에서 일어난 해프닝들은 삼십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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