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우성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추석이나 설에도 장사를 하다 보니 아이들만 외가에 가서 외삼촌이나 숙모한테서 용돈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하루는 친구들하고 어울려 나가더니 몇 만원이나 하는 메이커 옷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하루 종일 벌어도 만원이나 이만 원 벌이인데 아들놈이 유행하는 옷에 많은 돈을 썼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나는 도망가지 못하게 아이를 붙잡고서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서 아이의 얼굴과 머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아이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정말 너무 속이 상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한 것을 바로잡아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속마음은 아비가 되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사주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설움이었다. 집사람이 말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만 용서해주라고 해서 겨우 진정되었다. 아이는 절대로 비싼 메이커 옷은 안사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음날 아이가 학교에 갔는데 함께 옷을 사러갔던 친구가 물었단다. “우성아, 니 얼굴이 왜 부었나?” 우성이는 “우리 아빠가 비싼 옷 사왔다고 때렸다.”고 답했다. 친구는 “니네 집은 니가 모은 돈인데도 마음대로 못쓰고 아빠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이상한 집”이라고 했단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왜 그렇게 했는지 후회스럽고 미안한지,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그런 어려운 환경과 힘든 생활 속에서도 성실하게 성장해준 두 아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