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객지를 떠돌며 살아온 내 인생은 한마디로 잡초 같은 삶이었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하고 아무리 짓밟혀도 꼿꼿하게 되살아난다. 나는 화초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부모가 되어 내 아이들을 화초처럼 고생 없이 기르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아이들이 되길 바랐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가족들과 도란도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저녁식탁에 둘러앉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였다. 사랑 없는 가족 앞에 놓인 고급 요리보다 더 값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음식을 먹고 다녀도 마음 편하지 않은 것보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위를 쳐다보며 불만족하기보다는 나보다 못한 사람에 비하고 살면 나는 부자요, 행복했다. 실명으로 인한 아픔도 가족들과 함께 짓는 웃음 속에서 차츰 아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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