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하진 못해도 생활을 유지할 정도는 되었고 하루하루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마음도 밝아지고 희망도 생겼다. 작은 노점 문방구였지만 물품은 수백 종이 넘었다. 종이나 체육복, 운동화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과자류 등 생각보다 무거운 물건들이 많아서 아침과 저녁마다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리어카를 밀어주었다.
돈이 약간 모이자 원동기 엔진을 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테이너 식으로 물건을 넣고 정리할 수 있도록 선반도 만들고 비가 와도 장사에 지장이 없도록 튼튼한 천막도 달았다. 앞선 리어카에 비하면 트럭에 가까웠다. 엔진의 힘으로 끄니까 힘도 덜 들었다.
매일 새벽 여섯 시에 학교 앞으로 가서 장사를 시작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문을 열었다.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은 펜이나 노트를 사기도 하고 과자를 사먹기도 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폴로, 쫀득이, 쥐포 같은 것들이었다. 아내는 리어카만 밀어놓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 학교 보낼 준비를 했다. 나는 혼자서 물건을 정리하면서 팔았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오전에 하루 매상 절반 정도가 팔렸다. 등교시간이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 잡았던 아파트 주변으로 이동했다. 엔진 작동은 내가 하고 운전은 아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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