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아버지와 형수, 조카들을 돌봤는데 이젠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내가 재기할 길이 없자 나를 모두 멀리 하였다. 처음엔 내가 연락을 꺼리고 세상과 담을 쌓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나마 연락하던 친구들도 모두 떠나고 없었다.
그래도 나는 외롭지 않았다. 모두 다 떠나버렸어도 내 옆에 남은 가족이 있었다. 내 아내와 어린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내 형편껏 작은 힘이나마 도와주려고 애를 썼고 형편이 안 되면 마음만이라도 보탰다. 그러나 정작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내 가족만큼은 내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다 해도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 이후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가족이 되었다. 비록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가족을 위해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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