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살아온 남편이 하루아침에 실명을 하게 되었을 때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
까. 결혼 후 아내에게 큰 고생은 안 시키려고 노력했다. 내가 중국집을 운영할 때에도 가능하면 아내에게 가게 일은 시키지 않았다. 식당이 가장 바쁜 일요일에는 가게에 나오면 오히려 방해가 되니 아침을 먹고 난 뒤 아이들 데리고 공원에 놀러갔다 오라고 등을 떠밀곤 했다. 그런데 실명위기를 맞아 온종일 엎드려서 살아야 했던 남편을 보며 아내의 심정이 어땠을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였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어느 날 밤 잠깐 잠이 들었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깨어보니 아내가 혼자서 울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면서 슬프게 울고 또 울었다. 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큰집 식구를 돌보다가 결혼 8 년 만에 이제 겨우 독립된 생활을 시작하며 가정을 제대로 꾸려가고 있었는데 이런 아픔을 주게 된 것이 너무 미안했다. 나는 그냥 엎드려 있을 수만은 없었다.
죽을병도 아니고 망막이 잘 붙으면 다시 일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며 밤새도록 아내를 달래야 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아내는 밤마다 울곤 했다. 나는 위로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모르는 척하기도 하면서 아내가 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 당시에는 완전히 실명한 것은 아니어서 혼자서 화장실이나 옥상 정도는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아내의 실망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거라며 자신감을 보여주곤 했다. 완치되면 다시 열심히 일을 해서 꼭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아내에게 희망을 심어 주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차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아내와 아이들을 책임지리라 다짐을 하며 이를 악물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