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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열 식구를 책임질 수 있어야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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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4:08 조회1,6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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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로 사내 남은 밭 전 자에 힘 력이니 남자란 자고로 밭을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세야 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밭을 갈아서 식솔들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해석하고 싶다. 입 구 자에 열 십 자가 들어갔으니 남자란 열 개의 입; 즉 열 명을 먹여 살릴 수 있어야 남자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형수, 조카들과 이제껏 함께 살아왔는데 결혼했다고 우리끼리 나와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신혼 단칸방에서 잠만 자고 아침 일찍 큰집으로 와서 아침 배달을 시작했다. 잠자는 곳만 달라졌을 뿐 장가가기 전과 변함없는 생활이었다. 조카들도 어리고 장남으로서 아버지와 형수를 돌봐야 하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형님이 안 계시니 삼촌이라도 아이들을 바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때로는 조카들을 야단치고 때로는 매를 들기도 했다.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소리 안 듣게 조카들을 바로 키우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형수는 그런 나를 싫어했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집안에 무서운 사람이 있어야 형수가 조카들 키우기가 수월할 것 같아서 나는 호랑이삼촌 역할을 도맡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보니 첫 아이가 태어났다. 내 아이가 생겼지만 조카들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명절 때 내 아이한테는 옷을 한 벌 사서 입히지는 못해도 조카들은 챙겼다. 우리 아들은 아버지도 있으니 대충 입어도 흉이 안 되지만 아버지 없는 조카들은 명절날 옷이라도 못 사 입히면 동네사람들이 삼촌들을 욕할 것 같아서 신경을 쓰였다.

 

  우리 집사람은 쌀을 한 되씩 사다가 먹는 줄 알면서도 큰집에는 쌀도 두 말씩 사다주었고 장 보는 비용까지 내가 담당했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내 식구들을 너무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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