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다. 아침에 일찍 아내와 리어카를 끌고 학교 앞으로 가서 장사를 한 뒤 아내를 혼자 남겨두고 복지관으로 가서 공부를 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오후 4시가 되었는데 아내와 다시 장사를 교대했다. 리어카에 앉아 그날 배운 내용을 나름대로 복습도 하고 점자도 익혔다.
공부하러 간 첫날은 모든 것이 생소하고 긴장이 되었다. 등교를 시켜주는 복지관 봉고차에 탔는데 이미 타고 있던 사람들은 뵈는 게 없으니 누가 타는지 별 관심도 두지 않고 기존에 알던 사람들끼리 서로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검정고시에 합격을 해야 안마사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얘기였다.
복지관에 다닌다고 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길을 알게 되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정말 열심히 해보리라 다짐을 했다. 얼마쯤 달리더니 차가 구포복지관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차 문이 열리고 여러 선생님들이 와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여러 사람들하고 있어본 게 얼마만인지 몰랐다. 나와 함께 입학한 재활 교육생은 여러 명이었는데 나이가 많고 적음은 상관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공통점 하나로 20 대 젊은이들부터 60세 노인들까지 같은 기수에 속했다. 그들 중에는 나처럼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도 있지만 약시인 사람들도 있었다.
점자교육은 이경희 선생님이 담당하였고 재활 교육은 김장민, 김기만, 한종우 선생님이 담당했다. 눈감고 하는 공부란 쉽지 않았다. 모든 게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될 수 없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속에 섞여 처음 해보는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내 마음엔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였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는 설렘이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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