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아이들은 학용품 대신 군것질 거리들을 사갔다. 아이들은 먹고 싶어 하지만 어머니들은 불량식품이라며 사주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날도 엄마랑 함께 지나던 어떤 아이가 우리 집에 있는 과자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엄마는 불량식품 먹으면 배탈이 나는 거라며 아이를 달래 억지로 데려갔다. 나는 좀 민망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한 아이가 가게에 오더니 백 원짜리를 내밀며 말했다. “아까 여기 있던 불량식품 주세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이에게 과자를 내밀면서 다 먹은 뒤에 집에 들어가라고 했다. 알았다고 했지만 아이는 금방 없어졌다. 집에 가져가서 먹었다면 틀림없이 제 엄마에게 야단맞았을 것이지만 영리한 아이는 분명 다 먹고 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어느 날은 한 아이가 와서 사탕을 사갔다. 한참이 지났는데 그 아이가 다시 돌아왔다. “아저씨, 사탕이 깨지지 않아요. 달지도 않구요.” 하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며 받아보니 내가 아이에게 준 것은 사탕이 아니라 플라스틱 공기놀이 도구였다. 생긴 모양이나 크기가 사탕과 비슷해서 플라스틱 공기를 사탕 파는 곳에 넣어두고 팔았던 모양이었다. 얼마나 씹었는지 이빨자국이 난 채 잔뜩 찌그러져 있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는 눈이 안보여 그렇다지만 아무리 어려도 공기와 사탕을 구별 못하고 단 맛도 안 나는데 이토록 씹었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내가 다시 사탕을 찾아주었는데 아이도 황당한 모양이었다. 이것은 진짜 사탕 맞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