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문방구의 문제는 비가 오는 날이었다. 살아가는 게 여유롭지 못하니 하루라도 놀 수는 없었다. 다만 몇 천원어치라도 팔아야 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엔 노점이다 보니 문구류들이 비에 젖기 십상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일일이 비닐로 덮어야 했고 태풍이라도 몰아치는 날에는 리어카가 심하게 흔들렸다.
바람이 세게 불면 리어카를 붙잡고 있어야 했는데 아무리 천막을 치고 비닐을 덮어도 물건이나 옷 젖는 일이 허다했다. 장마 지고 태풍 부는 여름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나기도 만만치 않았다. 노점은 바람 피할 곳도 없고 몸 녹일 곳도 여의치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노점상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애로사항일 것이다.
아내와 함께 리어카를 지키고 있으면 아이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아이들이 떼로 몰려왔다. 하지만 결산해보면 늘 돈이 모자랐다. 돌아온 아내가 물었다. “과자 다 팔았다 하더니 돈은 어디 갔노?” 아차 싶었다. 아이들이 하나를 산다고 하면서 여러 개를 집어간 모양이었다. “잘 지켜보지 않고 뭐 했노?” 하면서 아내가 내게 핀잔을 주었다. “내가 뭐 뵈는 게 있어야지....” 하며 얼버무렸다.
그 이후로는 아들들이 교대로 나와 함께 장사하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방학이 되면 두 아이들이 교대로 장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나에게 힘이 되는 든든한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 내 마음만은 언제나 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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