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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부채에 적은 버스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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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22 조회1,7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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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새로운 세상을 날기 위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선배들한테 지압원 공부에 필요한 해부생리학 책을 빌려가지고 먼저 지압공부를 시작했다. 출퇴근 보행이 쉽지 않았으나 복지관 선생님이 집에까지 오셔서 영주동 협회까지 함께 보행연습을 시켜주셨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혼자서도 출퇴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버스 탈 때였다. 제 시간에 오는 것도 아니고 정류장에 한없이 서서 노선 번호를 구별해야 하니 버스를 타는 일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다. 지하철은 서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만 버스는 일정하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버스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분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버스가 올 때마다 급한 사람들을 붙들고 매번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공부를 하는 동안 이동문방구를 하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아내가 늘 나를 데리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홀로 서야 했다. 아내에게 나 혼자 당당히 다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냈다. 그것은 번호 표지판이었다. 부채 위에 내가 탈 버스 번호인 ‘67’을 커다랗게 써달라고 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그 부채를 들고 버스정류장에 들고 서 있으면 누구라도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왔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었다. 그 뒤부터는 버스 타는 일이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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