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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검정고시에 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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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26 조회1,6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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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고시 발표 날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합격자가 발표 날이 가까워질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만약 떨어진다면 다시 도전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내 이름이 불렸다. 합격이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우리 복지관에서는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합격을 했는데 두 사람은 떨어졌다. 그들 앞에서는 드러내놓고 좋아할 수가 없었지만 나는 속으로 ‘이젠 됐다’ 라며 쾌재를 불렀다. 아버지가 장애인이라고 놀림 받던 아이들과 남편의 장애로 인해 온갖 기구한 일들을 겪어야 했던 아내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절망하고 고생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서 목이 메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동안 힘들었던 세월을 보상해줄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었다. 힘들었던 생활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과 가정을 지키며 고생만 하고 살아온 아내에게 어서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얼마나 기뻐할지 눈에 선했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선들을 이젠 떳떳하고 당당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시력을 잃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였다. 요즘은 멀쩡한 신랑 두고도 고무신 거꾸로 신는 세상이라 하는데, 아내는 묵묵히 내 곁을 지켰다. 아내가 지켜준 가정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생각도 하기 싫다. 가족이 없었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살아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하루하루 술이나 마시면서 의미 없이 살다가 죽지 않았을까. 장애인이 되고 보니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살아야 했던 내게 가족이 없었다면 살고 싶은 의욕은 간절했을 리 없었다. 내겐 아무리 좋은 것을 준다 해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내다. 이 세상에 내 아내보다 값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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