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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에서는 회원 가족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 체험의 시간을 마련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가족들에게 체험시키는 것이었다. 아내가 와서 눈을 가리고 몇 시간 시각장애인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가족 중 한사람이 시각장애인이어도 그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공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교육 내용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받는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꾸며져 있었다. 일반인들이 눈 가리고 몇 시간을 있어보니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눈을 감고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걸음을 한발 내 딛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를 알았다고 아내가 말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가족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나를 더 잘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보이지 않는 나만 답답할 뿐 가족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두 눈이 다 보이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했다.
훈련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리 저리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체격이 좀 큰 편인 나는 그때마다 충격이 컸다. 나도 나지만 사람과 부딪치면 상대편 사람들도 위험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문방구에서 팔던 종을 몸에 달고 다니기로 한 것이다. 열쇠고리에 종을 달아서 내가 걸어 다닐 때마다 땡땡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면 사람들이 미리 주의를 하여 나를 피해 다녔다. 예전 스님들이 주장자에 종을 달아 발밑의 미물들이 미리 피할 수 있게 한 것과 같은 이치여서 나는 그런대로 기분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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