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검정고시를 치는 날이 코앞에 다가왔다. 시험을 치를 곳은 부산이 아니고 서울이었다. 시험 보기 며칠 전에 서울복지관에는 전국에서 온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이 모두 모였다. 복지관에서는 미리 시험에 관한 정보와 시험을 치르는 요령 등 다양하게 사전교육을 시켰다. 나처럼 안마사가 되기 위해 검정고시를 치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학에 가려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마다 희망을 안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손으로 더듬는 것으로 눈을 대신한다. 제 딴에는 바로 걷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똑바로 걷는 게 어렵다. 그러니 밟히는 일도 다반사고 가능한 밟히는 일을 피하려면 알아서 잘 생활해야 한다.
서울복지관에 있는 동안 한 방에서 여러 명이 잠을 자게 되었는데 나는 키와 덩치가 커서 밤에는 가능한 벽 쪽에 붙어서 잤다. 그런데도 화장실에 가면서 누군가가 누워있던 내 발을 밟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누가 밟았노? 니가 밟았제?”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나는 아니다. 내가 니 발 밟는 것 봤냐?” 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뵈는 것이 없으니 밟은 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꼬우면 눈 떠라.” 하는 옆 사람의 훈수가 들렸다. “누군 눈 뜨기 싫어서 안 뜨나?” 하자 모두가 웃었다.
마침내 시험 당일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 또한 긴장이 되었다. 시험지가 보이지 않으니 담당 선생님과 함께 따로 교실에 앉아 문제를 듣고 내가 손가락으로 답의 번호를 말하면 선생님이 답안지를 작성했다. 그렇게 시험을 치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시험에 붙든 떨어지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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