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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강연을 하기 위해 포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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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02 조회1,6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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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구포복지관의 이경희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2005 년 겨울
 
복지관 재활팀 수료식에서 사례발표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포항에 있는 한국시
 
각장애인연합회 경북지부에서 연락이 왔다며 ‘시각장애우 기초재활 검정고시 합
 
격자 수료식’에서 사례발표를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사람들 앞에 서서 내가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가게를 하루 쉬는 것도 쉽게 결정할 일은 아
 
니어서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강연을 수락했다. 내가 강의를 하게 됐
 
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손님들이 자기 차로 편하게 갔다 오자고 했지만 나는 모두
 
거절했다. 자동차로 쉽게 가는 일은 재활과 자활을 통해 자립하게 됐다는 강연을
 
하러 가는 사람의 맞는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혼자서 그곳에 가는 것을 보여주
 
는 것만으로도 내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
 
했다.

 

   포항에 가는 날 아침 어느 날보다 긴장이 되고 한편으로는 약간의 흥분도 되었

다.

 어릴 때 소풍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보행에 있어서만은 주저 없이 걷는다. 물론

 지하철을 타고 버스 터미널까지 가려면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또 나를 도와줄

 오늘의 인연은 반드시 나타날 것을 믿었다.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사람들도 어떻

 게 도울지 모른다. 하지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을 베푼다는 것을 나

  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길을 찾을 때는 무조건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았

  다.  최소한 방향만은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창피할 것도 없고 기죽을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물어물어 터미널까지 갔다. 버스가 막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당당히 포항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달리는 동안 생각이 많았다. 내가

 

연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은 복잡했다. 내가 살아온 그대로만 이야기하자고

 

각했다. 참 감회가 새로웠다. 정말이지 세상은 오래 살아볼 일이었다. 초등학

 

밖에 나오지 않고 자장면 배달과 주방장을 하던 내가  그리고 실명까지 한 내

 

사람들 앞에 서서 내 인생을 이야기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버스의

 

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어느덧 포항에 도착한 것이다.

 

  장애인연합회에서 나온 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왔냐며 놀란 직원이

 물었다. 당연히 혼자 오지 그럼 누구와 함께 오겠느냐고 했다. 나는 지팡이 하나

 만 있으면 서울도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곳 시각 장애우들은 혼자서는 보행

 을 어려워한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은 들으니 역시 혼자 오기를 잘 한 것 같았다.

 내가 혼자 버스를 타고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소한 내가 온 이유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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