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우들은 소리로 사람을 구별한다. 그러다보니 시각장애우들이 모이는 장소는 대부분 왁자지껄 시끄럽다. 어느 날 나는 어떤 행사에 참석했는데 별달리 할 일도 없어서 한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툭 치면서 지나갔다. 사과도 하지 않고 가버리는 사람에게 나는 “어느 놈이고?” 하고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다. “니 조만호 아니가?”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이고; 선배다. “아; 세이(형님) 아니십니까?” 그러자 그 형님이 말했다. “니 일부러 놈이라고 그랬제?” 내가 억울해서 말했다. “세이요; 뵈면 어찌 그르겠소. 뵈는 것도 없고 누가 나를 치고 가니 어느 놈이고 그랬지요.” 그러자 형님이 다시 물었다. “야; 너는 매일 봐도 이 세이를 모르겠나?” 억울해진 내가 다시 답했다. “아이고; 세이요. 내가 뵈는 것도 아니고 저만치 떨어져 있으면 어디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매일 본다고 어찌 알겠노?” 그제야 형님도 납득을 하고 웃었다. 본인도 앞이 안 보이니 나를 친 것이고 나 역시 앞이 안 보이니 형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시각장애우들의 세계를 비장애인들이 보면 완전 코미디처럼 웃지 못 할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