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 공부를 끝내고 아내가 혼자 장사를 하는 곳으로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했다. 시각 장애인들은 인도 안쪽으로 붙어서 이동을 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래야 벽을 짚고 방향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길 양쪽 노점에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지팡이로 더듬으며 걷고 있는데 탁! 하고 무슨 소리가 났다. 뭔가에 부딪힌 것인가 싶었지만 누가 알려주지 않으니 별 일 없나보다 생각하며 내 갈 길을 계속 갔다. 그런데 다음날이었다. 똑같은 방법으로 지팡이를 짚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스톱! 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서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노점상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분이 말했다. “오늘부터는 횡단보도까지 선생님을 안전하게 건네주겠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해진 내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가 말하기를 그 전날 점심 먹으려고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내 지팡이가 라면냄비를 뒤집어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니 뭐라고도 못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사람 덕분에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고 그도 안전하게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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