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압원은 집과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날마다 출퇴근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2 회 정도만 집에 간다. 그러다보니 지압원 청소와 여러 가지 일들은 가능하면 나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반찬이야 아내가 한 것을 가져오지만 밥은 내가 직접 지어먹는다.
사람들은 내가 혼자서 생활한다고 하면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서 생활하는 것은 이미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남의 도움을 받으면 습관이 되고 자꾸만 편한 대로 의지하고 싶어진다. 다른 이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고 그러다보면 불편한 것은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장애인 대우를 해주지 않는 가족들의 깊은 마음도 바로 그런 이유라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도 잘 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 그래야 가족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가족들에게 원하는 것은 나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족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눈이 안 보이니 좋은 것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아내가 나이 먹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내 기억엔 늘 젊었을 때 여리디 여린 새댁의 모습만 남아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아서 안타까운 것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이들이 장성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빠로서는 제일 섭섭한 일이다.
언젠가 내가 물었다. “너희들은 누굴 닮았노?” 두 놈이 하나같이 대답했다. “아빠는 하나도 안 닮았으니 신경 끄라.” 경상도 사투리가 워낙 그렇지만 어쩐지 그 말이 서운하게 들렸다. 내 살아생전에 저 두 놈의 얼굴 한 번 볼 수 있으려나. 혼자서 쓸쓸하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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