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강단에 올랐다. 막상 무대에 서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떨렸다. 내가 다니던 복지관에서 사람들 앞에 나가 잠시 내 이야기를 해본 적은 있었지만 나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이크가 내 앞에 있었고 물도 한 잔 놓여 있었다.
앞을 향해 서 있으니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뵈는 게 없으니 무서울 것도 없다며 큰소리 떵떵 치며 살았는데 갑자기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눈앞이 캄캄하고 뵈는 게 없었다. 말을 시작하려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배운 것도 없는 내가 강단에 선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서서 내 삶을 이야기 하다니 나야말로 실명하면서 출세한 놈이었다. 내가 실명을 하지 않았더라면 누가 나를 강단에 세우려 했을까. 나 말고 똑똑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았다.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성공한 사람의 유식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겪고 있는 좌절과 아픔을 내가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이 없어도 마음의 눈으로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명하고 살아온 이야기와 검정고시 공부할 때의 어려움을 중심으로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 재활과 자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위기를 기회로 돌렸습니다. 실명에서 오는 좌절을 극복하고 지금은 큰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때는 눈으로 보는 세상을 경험했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만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두 번의 생을 살고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습니다.”
강의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거리는 불과 삼사십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으로 봅니다. 마음의 눈엔 한계가 없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밝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밝고 아름다운 눈을 가진 우리의 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어야 할 것입니다.”
커다란 박수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과 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 꿈을 향하여 매진하다 보면 모든 것이 저절로 극복될 것이다. 나는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