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목욕탕에 다니는 일은 아버지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두 아들의 등을 밀어주며 나날이 점점 넓어지는 아이들의 어깨가 듬직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들이 목욕탕에 가자고 해도 선뜻 일어서지지가 않는다.
“아빠, 우리 어릴 때는 아빠가 크고 멋있게 보이던데 이제 보니 별 것 아니네.” 하던 아들의 말 때문인 것 같다. 저희는 신형 엔진이고 나는 구형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아비가 나이를 먹고 아들이 듬직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대견한 일인데도 나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크고 멋진 아버지이고 싶은 것 같다. 사나이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엔 아들들이 목욕가자고 하면 꾸물거리게 된다. “또 아버지 기죽이려고 그러는 거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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