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녹산에서 삼성전기에 다니고 있는 아들은 공부에 큰 관심을 안 보여서 대학에 보내지 못했다. 공부를 한다고 야단법석을 하면 어쩔 수가 없었겠지만 공부 많이 하면 버릇된다며 조금씩 하라고 했더니 정말 공부에는 취미를 보이지 않았다. 내 생각에도 어중간하게 공부하고 어중간하게 대학을 졸업한 뒤 어영부영 생활하는 것보다 공고에 가서 확실한 기술을 배워 생활하는 것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석사 박사가 되려고 공부만 하면 집은 누가 짓고 자동차와 전자제품은 누가 만들겠는가.
다행히도 아들은 손재주가 있었다. 전기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금세공을 하면 어떨까 싶어 아들을 데리고 손님이 소개한 곳에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었다. 출출하여 아들과 함께 낙지집에 들어갔다. 낙지를 한 접시 시키고 이제는 아들도 다 컸으니 소주도 한 병 주문했다. 아주머니가 낙지접시를 상에 올려놓고 갔지만 내 눈에는 낙지가 보일 리 없었다.
“아주머니, 여기 낙지가 안 보입니다. 더 좀 갖다주이소.” 했다. 아주머니가 오더니 자기 눈에는 보이는데 왜 안 보인다고 하느냐며 기막혀했다. 할 수 없이 더 가져온 모양이었다. 아들하고 술을 한 잔씩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들은 아빠 때문에 창피해죽겠다며 핀잔을 주었다. 낙지는 나보다 더 잘 찾아 먹어놓고 사내자식이 쪽팔려하기는. 살면서 적당한 개그도 좀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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