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손님 중에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그들은 동양의학이나 대체의학의 신비로운 힘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의학을 시술하는 내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흰 가운을 입을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생활한복이었다. 손님들도 좋아했고 내가 입고 활동하기에도 편했다. 옷을 골라주는 것은 아내였다. 언제나처럼 아내는 항상 나의 눈이요, 보디가드 역할을 한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시장을 돌면서 한참을 걸어 다녔다. 상점 아주머니가 뭘 찾느냐고 물었다. 보통 사람들처럼 나는 “구경하면서 옷을 찾고 있습니다.” 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많이 구경하세요.” 했다. 몇 걸음 가려니 내 뒤에서 그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눈이 저래가지고 구경 다닌단다.” 자기들끼리 웃어댔다. 옛날 같았으면 한바탕 싸웠을지도 모르지만 더는 그러지 않았다. 아내와의 약속도 있었고 사회적인 체면과 품위를 지키라는 아들의 말도 떠올랐다. 그만큼 내 마음이 여유로워진 탓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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