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죄가 아니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편견은 아직 내 주변에 많다. 특히 모르는 사람들보다 가까운 사람들이 더 심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오히려 나를 너무 장애인 취급을 해주지 않아서 가끔 서운할 때가 있을 정도지만 형제들과 처가의 친지들이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몹시 불편해 하는 걸 느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것이 남들과 달라 조금 불편해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다른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사회의 구성원일 될 수 있다. 속이 병든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신체장애는 눈으로 보일 뿐이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오히려 내게는 어려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오늘날까지 살아온 것은 가족의 힘이다. 가족이 없었더라면 희망도 없고, 가장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그날그날 자족하면서 살아왔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문제였다. 내가 지금껏 노력해온 이유는 나의 장애가 우리 가정의 불행 요소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화목한 가정이 행복한 삶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행복한 가정을 누릴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행복한 가정이란 서로 사랑하는 부부에서 시작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부모와 형제이니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형제간에 우^36^애가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려면 가족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때로 아이들과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화목한 가정도 대물림이 된다.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들의 가정도 그렇게 서로 양보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말고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 없다. 살다보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중에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열심히 살았던 부모의 삶을 생각한다면 후일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에도 좌절하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내 아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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