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나 아이들에게 의지해서 다닐 때도 지팡이는 항상 짚고 다닌다. 어느 날 아들 한 놈이 물었다. “아빠, 나랑 다닐 때는 그 지팡이 안 짚으면 안 되나?” 아빠가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옆에 함께 있으니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지팡이는 내 눈이기 때문에 언제나 나하고 같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뵈는 게 없어서 남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직접 느끼다 보니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 어디서든, 고집스럽게 지팡이를 챙긴다. 눈을 떼어놓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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