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씨와 나의 인연은 팔닥추어탕 집에서 시작되었다. 조영구 씨는 과일을 파는 분이었는데 그 역시 식사를 하러 추어탕 집에 오는 단골손님이었다. 그를 알게 된 뒤 나는 그에게 과일을 자주 주문하게 되었는데 그 인연으로 해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는 가능하면 나의 식사시간에 맞추어서 추어탕 집에 왔다.
앞에서 말했듯이 추어탕 입구 쪽에 조그마한 거울이 있는데 오며가며 내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처음에 그가 내게 관심을 갖게 된 원인이었다. 그는 내가 가짜 시각장애인이 아닐까, 늘 궁금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복숭아 한 박스를 주문했는데 오후에 영구 씨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영구 씨가 배 두 개 얻어가지고 오고 있네요.” 하고 조남숙 씨가 내게 먼저 알려주었다. 나는 영구 씨가 가게로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배를 주려면 몇 개 더 얹어주지; 고작 서성배 조그만 것 두 개만 가져오면 되겠나?” 그러자 영구 씨가 놀란 표정으로 “내가 뵈나?” 하고 물었다. “내가 뵈는 게 어디 있노?” 하고 내가 말했다. “어떻게 알았노?”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마음으로 보면 다 알 수 있지.”
점심을 먹고 영구씨도 나도 추어탕 집을 나와 헤어졌다. 그런데 영구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다시 추어탕 집으로 돌아와 조남숙 씨에게 물었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조남숙 씨; 바른대로 말해라. 저 양반 가짜제?” 조남숙 씨는 너무 재미있어 하며 조 선생님은 진짜로 안 보인다 했더니 “내가 배 두 개 얻어온 것을 우째 알았노?”하며 따지더라는 것이었다.
“아이구. 그거야 영구 씨 들어올 때 내가 말해주었지. 그래서 조 선생님이 꼭 본 것처럼 말을 했다 아이가” 조영구 씨는 다 믿지 못하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요즘에도 이따금씩 그가 과일을 가지고 지압원에 올 때면 내가 말한다. “아침밥도 안 먹고 다니나. 어째 얼굴이 꾀죄죄하누?” 영구 씨는 늘 속는다. “샘, 뵈입니까? 암만 봐도 샘은 짜가 같습니다.” 한다. 그는 꼭 증거를 찾아서 세상 사람들에게 진실을 폭로하겠다고 나만 보면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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