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지압원에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덴마크에서 온 외국인들이 시술을 받고 있었다. 그때 큰아들이 들어왔는데 제 딴에는 좀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좀 어색하면서 잠시앉아 있더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다음날 집에 갔더니 아내가 문을 열어주면서 약간 가시가 박힌 목소리로 말했다.
“재미 좋드나?”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무슨 재미냐고 물었다. “우성이가 그러는데 당신이 외국 사람을 홀랑 벗겨놓고 입을 헤 벌린 채 지압하고 있더라는데.”
아내가 약간 뾰로통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나는 아직 내게 질투를 보이는 아내가 귀엽기도 하고 조금은 어이가 없어서 허허 웃었다. 우리나라 손님들은 외투만 벗거나 가운을 입고 시술을 받는 것과 달리 외국 사람들은 겉옷을 모두 벗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마사지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해주었다. 그제야 아내는 조금 풀어지는 듯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썩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아내에게 일러바친 아들이 조금 얄밉기도 했지만 문화적 차이로 빚어진 일이니 이해는 갔다. 아들은 가끔씩 이런 식으로 나를 골탕 먹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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