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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열대어를 키우는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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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01 조회1,5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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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압원을 찾는 손님들은 당연히 몸이 불편한 분들이다. 그러니 나뿐만 아니라 손님들의 건강에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건 지압사가 생각해야 할 기본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열대어와 화초를 키워보기로 했다.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해나갔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로 힘이 들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키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내가 전적으로 관리할 수 없으니 지압원에 오시는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신다. 특히 시내버스 160번 기사님 서선홍 씨, SK 부산지사에 근무하는 김대경 씨, 민준이 엄마 김주현 씨가 도움을 많이 주고 계신다. 그래서 큰 어려움 없이 열대어와 화초들을 키울 수 있다.
 
  열대어는 가능한 한 집에서 잘 키우지 않는 것으로 구입하고 특별한 어종이 있으면 아무리 먼 수족관이든 찾아가서 구해오곤 했다. 내가 가면 열대어를 파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어종 하나하나마다 색깔을 설명해야 했고 크기와 무늬, 특성을 다 말해 주어야 내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능하면 화려한 색깔의 열대어를 찾았다. 이왕이면 예쁜 색깔을 가진 물고기들이 수족관을 헤엄쳐 다니게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원하는 색깔을 그물로 건지려 할 때 내가 말하곤 한다. “아니 아니. 그것보다 이쪽에 있는 색깔 좋은 놈으로 주세요.”  열대어를 건져 올리던 사람이 이상한지 묻는다. “보입니까?” 나는 당연히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 사람도 나의 썰렁한 농담을 알아듣고는 싱겁게 웃는다.

 

 

  물고기를 포장해서 사가지고 나오다가 내가 물었다. “나 말고 시각장애인이 열대어 사러 온 적이 있나요?”  대답은 항상 똑같다. “아니요. 아직 없어요.”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열대어를 사가는 최초의 시각장애인인 것이다. 가끔씩은 내가 직접 가지 않고 전화로 주문한 열대어를 배달시키기도 하는데 ‘초량맹인 심부름센터’에 부탁을 한다. 몇 번을 그랬더니 센터의 안익태 씨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한번은 L마트에 가서 열대어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한 가지 물어보자고 했다. “물고기들을 왜 사는 겁니까? 혹시 요리해 먹는 거 아닙니까?” 나는 웃으며 설마 그러겠느냐며 관상용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그는 더 못 믿겠다는 말투로 “당신은 못 보지 않습니까?” 물었다. “나는 못 보지만 손님들이 즐거워하니까요.” 내가 대답했다.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안 씨가 한참을 웃었다.

 

 

  그러나 수족관과 화초가 단지 손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열대어, 식물들과 내가 나누는 대화는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동작으로 서로의 존재를 느낀다. 내가 열대어에게 먹이를 주면 물고기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열대어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들이 살아 있음을 안다. 이놈들은 내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먹이를 늦게 주는 날이면 내가 옆으로 지나갈 때 물소리가 퐁당퐁당 들리도록 지느러미로 내게 말을 건다.

 

 

  나는 먹이를 주고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아주 요란스럽고 사랑스럽다. 화초 잎을 만져보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 나는 아침마다 열대어에게 먹이를 주고 화초에 물을 주면서 마음속으로 오늘도 무사히, 라고 말을 한다.

 

 

  처음 온 손님이 또 물었다. “선생님은 뵈는 것도 없는데 어항은 왜 들여놓았습니까?” 나는 “내가 보려고 들여놓았을 리가 있나요. 뵈는 사람 보라고 들여놓았지요.” 했다. 관리는 누가 하느냐 물어서 도움을 받긴 하지만 전체적인 관리는 내가 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 양반은 오늘은 지압하지 말고 안과에 함께 가서 시력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했다. 도무지 뵈지도 않는 사람이 열대어를 키우는 게 이상한 모양이었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며 나는 허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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