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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고추친구보다 나은 이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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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23 조회1,6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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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관인 이상고 씨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영업이 밤에 이루어지다보니 야간순찰을 돌던 그와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카페 할 때 도와주신 대부란 형님하고 같은 종씨였는데 횟집을 하던 그분의 가게에서 정식으로 소개를 받았다.
 
  나이를 물으니 나와 동갑이었다. 말로는 못 믿겠다 하며, 주민등록증을 서로 확인한 뒤 친구가 되자고 했다. 그는 괴정동에 살고 있었는데 우리 집하고 멀지 않아서 가족들끼리도 왕래하며 가깝게 지냈다. 비번인 날에도 한 번씩 만나 세상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아나갔다.

 

 

  그 친구를 만난 지 일 년쯤 되었을 때 내가 완전히 실명하게 되었다. 어릴 적 친구도 떠나가는 세상에 객지 친구에게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었을까. 나는 차마 그 친구 앞에 설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안마사협회에 다닐 때 그가 장림에서 근무한다는 말을 듣고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렵게 마음을 먹고 그에게 전화를 했더니 기대 밖으로 반가워했다. 다대포에 계시던 아버지를 찾아뵙고 오는 길에 그를 찾아갔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며 그 누구보다 나를 반겨주었고 동료들에게도 소개해주었다. 실명하고 경험하는 낯선 환대였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낙지 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함께 식사하는 동안에도 앞을 보지 못하는 나를 세심하게 챙겨주고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친구도 근무 중이라 오래 있을 수는 없었는데도 내가 집에 오는 버스에 탈 수 있도록 정류장까지 함께 해주었다. 돌아오는 길 버스 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가 고추친구보다 나았다. 내가 실명하자 어릴 적 친구들도 다 떠났기 때문에 객지친구인 그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나를 반겨주던 친구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고마웠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더니 그새 또 다른 지구대로 옮겼다고 했다. 친구는 여전히 반가운 목소리였다. 우리는 서로가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는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친절한 민중의 지팡이로서 약한 사람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친구가 말했다. “언제 시간 내어 얼굴 한 번 보자.” 조만간 친구의 손을 다시 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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