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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세상사는 이야기 뵈는게 없으면 겁나는게 없다

한 생각을 바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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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만호 작성일09-05-20 13:25 조회1,5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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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하니 문이 열렸고 문이 열리니 자신이 생겼다. 이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세상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복지관에 다니기로 한 것도, 시험을 보기로 한 것도 잘 한 결정이었다. 한 생각을 바꾸니까 세상이 달라졌다. 검정고시에 합격하자 매사 모든 것에 적극적이 되었다. 남의 눈치 볼 필요도 없었고 더 이상 시각장애인이라고 세상과 등질 필요도 없었다.
 
  나는 세상 밖으로 지팡이도 짚고 당당히 나갔다. 희망이 있으니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이 좋은 곳에 내가 왜 좀 더 일찍 오지 않았을까 후회할 정도였다. 점자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등산도 다니고 볼링대회도 나가고 배 타고 낚시 대회에도 참가했다. 또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시각장애인들끼리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걸 나는 알지 못했다.
 
 
  나 혼자만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 세상과 격리되어 집에서만 살았는데 그 시절이 매우 어리석은 자기 연민의 시간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런 고통을 겪은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처지의 많은 사람들은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 그 어느 때보다 더 밝고 활발하게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생활은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내 스승이었다. 나도 이제 소극적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훗날 내가 죽으면 주변사람들로부터 “네 아버지는 참 열심히 살았다.”라는 말을 내 아이들이 듣게 하고 싶었다. “너희 아버지는 눈도 안 보이는 술주정뱅이에 개망나니였다.”는 말을 듣게 하지는 말아야 했다. 그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가장 보람된 유산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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